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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 기(氣) 살리겠다더니... '금수저 편견' 끝내 못 떨쳤다 378299

정부가 가업을 물려줄 경우 상속세 일부가 면제되는 '가업상속공제' 요건 문턱을 낮추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애초 시장에 심어준 기대감, 최근 상속세 문제를 둘러싼 재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형성된 여론과는 거리감이 상당한 내용만 담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편안은 그동안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을 받았던 사후관리의무 족쇄만 콕 집어 손질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당장 재계 안팎에서는 큰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당초 개편안 발표 시점(4월말)을 늦추고도 재계·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 안을 내놓으면서 제도 개편을 통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기조가 '변죽'만 울리는데 그쳤다는 비판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할 형편이다.  

가업

조세특례인가 규제인가, 헷갈리는 '가업상속공제'

지난 11일 정부·여당이 발표한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은 사후관리의무를 풀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사후관리의무 기준 탓에 제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  때문에서다.

개편안은 공제를 적용 받은 이후 10년 간 업종·자산·고용 등을 일정 기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 기간을 7년으로 줄였다. 20% 이상 자산처분을 금지하는 부분은 '예외사유'를 설정했고, 중견기업의 경우 고용을 유지(현재 120% 이상)만 해도 사후요건을 지킨 것으로 판단했다.

사후관리기간 중 현재 영위하는 업종이 '사양(斜陽)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업종변경 허용 범위를 중분류(현재 소분류) 내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 부분의 경우 중소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등 나름 '성의'를 보였다는 평가도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기업들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기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개편 수준의 업종변경 허용 범위로는 너무 좁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업종 변경을 제한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분류 가지곤 안 된다"며 "IT산업으로 농업도 할 수도 있고, 바이오도 IT 등과 연결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막혀 있으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유사성이 있는 경우 중분류 범위 밖에 해당하는 업종도 변경이 허용되도록 할 계획이지만 ' 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업 입장에서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정규직에 한정되어 있는 '일자리 수'를 유지시키는 사후관리의무도 논란거리다.

기업정책에 있어 자주 벤치마킹되는 독일은 급여총액 유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경제상황에 따라 더 생산적이고 고임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간 재계에서도 급여총액 유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건의를 요구해왔으나, 이번 개편안엔 포함되지 않았다. 홍 교수는 "고용유지라는 기준이 100%냐, 120%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용 관련한 임금이 얼마나 나가느냐가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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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불편한 시선... '금수저 편견'

현재 국회에는 사후관리의무를 풀어주는 내용과 더불어 대상기업·공제한도를 인상하는 내용이 담긴 다수의 의원입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1조5000억원까지 올리는 안도 있다. '막대한 세금으로 원활한 가업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폐업·기업매각이 속출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이 녹아있는 입법안들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정부의 개편안에서는 쏙 빠져 있다. 매출액 기준 조정을 하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도 정부는 밝히지 않았다. '가업상속공제가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하므로, 공제대상·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는 정부의 평가로 미검토 배경을 짐작할 뿐이다.   

공제대상·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이 빠지면서 '반쪽짜리'라는 지적으로 촉발되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이 실행되더라도 기존과는 다른 정책효과가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도 "완화효과가 몇 개 기업에 적용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17년 현재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건수는 91건이었다. 공제대상인 매출액을 5000억원으로 올렸을 경우, 약 282개의 기업이 대상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매출액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부자 감세'라는 여론의 비판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미 '아픈 경험'도 가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가업상속공제대상을 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속세 부담을 줄여 독일, 일본 등과 같이 장수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자 감세 반발에 막혀 부결됐다.

전문가들은 부의 대물림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선 매출금액으로 대상기업을 구분하진 않고 있다.

윤태화 가천대 교수는 "기업을 상속받으면 상속세를 일부 안 내도 되는 제도는 기업인들이 경제발전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전제 하에서는 공제한도나 대상기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도 "(기업승계를)금수저로만 본다면 기업을 유지하는 입장에선 실망스럽지 않겠느냐"며 "기업이 영속해서 경제에 이바지하는 역할자로 볼 것인지 아닐 것인지, 정부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여

한편 지난해 중기중앙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증여를 통한 경영승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수가 24.5%로 가장 많았다. '상속'은 2.1%로 큰 격차를 보였다. 창업자가 사망한 이후가 아닌 사전(死前) 증여를 통해 가업승계 기반을 다지겠다는 기업들이 많단 소리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선대가 장수를 하다보면 모든 의사 결정이 느려지고 신속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선대든 후대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시점에 기업경영을 물려주던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선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한도를 현 100억원에서 가업상속공제 수준(500억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이번 개편안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계획적인 승계를 위해 사전증여의 중요성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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